재즈

[미니 재즈 매뉴얼] 1-1. 재즈팝

suhyuk 2020. 9. 28. 16:28

재즈 -----> 재즈팝 (대중적인 멜로디를 가진 재즈)

 

팝 ------> 재지한 팝(재즈의 특징을 빌려온 팝)

 

재즈팝과 재즈힙합을 구분해 소개하기로 했다. 엄밀히 말하면 재즈, 재즈팝, 재즈힙합은 서로 다른 구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즈팝을 소개할 때 할 이야기들이 꽤 많다. 모든 것은 재즈를 이해하기 위함이다. 재즈팝, 재즈힙합, 그리고 우리가 그동안 '이건 재즈팝이야'라고 말했던 것들은 사실 재즈팝이라기보단, 듣기 좋게 만든 '재지한 팝'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된다.

 

재즈팝을 찾아보면, 재즈팝은 재즈가 생겨난 초창기부터 재즈와 별개의 장르로 분리가 되었다고 나와 있다. 1930년대에 등장한 '빅 밴드' 재즈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하고, 어떻게 보면 재즈의 쌍둥이 격으로 태어나 줄곧 평행하게 달려오면서 여러 유행과 분위기를 선도한 '인싸 재즈' 느낌이 강하다.

 

사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재즈팝은 재즈에서 곁가지로 태어난 것이 아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재즈는 유행에 민감한 음악이었는데, 한 때는 멜로디 중심에 신나는 분위기인 '스윙 재즈'가 유행했었다. 그 직후에는 스윙재즈에 반기를 들며, 예술 느낌이 강한 즉흥 연주 중심의 '비밥 재즈'가 유행을 했다. 그리고 그 유행의 변화 과정에서 재즈 연주자들은 '예술 중심'의 재즈와 '멜로디 중심'의 재즈 사이에서 많은 고민들을 했고, 그렇게 예술 중심의 장르인 비밥과 멜로디 중심의 재즈인 재즈팝 장르로 구분이 되었다. 물론 비밥이 당시의 주류 장르가 되었고, 재즈팝은 어찌보면 스윙 재즈의 맥을 잇는 장르로 발전하게 되었다.

 

스윙 재즈 이후에, '재즈에 필요한 것은 예술성과 즉흥성으로의 회귀다', 라고 본 사람들이 비밥 재즈를, 반대로 '약간의 스윙감(신나는 분위기)와 대중성에 필요한 멜로디가 필요하다'고 본 사람들이 재즈팝 장르를 선도하기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그 이후에 재즈와 재즈팝은 분리가 되었고, 각각 발전을 하다가 재즈팝의 경우에는 한 번의 분리 과정을 더 겪는다.

팝이란 것이 늘 그렇듯이, 트렌드가 있다. 예를 들면 얼마 전에는 EDM이 큰 유행을 했고, 최근의 재즈힙합 장르에서는 로파이와 펑키함이 트렌드를 이끌었다. 재즈팝도 발전을 하다가 두 갈래로 쪼개지게 되는데, 하나는 부드러운, 편안한 분위기의 재즈팝이고, 나머지 하나는 펑키한 재즈와 기악재즈의 중간지대의 재즈팝이었다. 부드러운 재즈팝, 그리고 펑키한 재즈팝. 정리 후에 각 장르별 예시 음악들을 들려주고, 그 이후부터 재즈팝을 굳이 이 두 갈래로 세분화하지 않겠다.

 

정리하고 하나만 덧붙이겠다.

 

(재즈 --->) 1. 재즈팝 -----> 2. 부드럽고 편안한 멜로 재즈팝

                                ㄴ--> 3. 펑키한 재즈팝

 

4. 팝 ------> 재즈를 차용한 팝 (재지한 팝)

 

 

[1-4번의 예시 노래 네 곡과, 현재의 재즈팝 노래 예시]

www.youtube.com/watch?v=ZEcqHA7dbwM

1. 재즈팝의 초기. 프랭크 시나트라의 2번과 3번으로 갈래가 나눠지기 이전에 - 다른 여러 분류에서 이야기하는 빅 밴드 중 스윗 밴드에서의 발전 직후의 - 재즈팝

 

youtu.be/hxsOXOPni0o

2. 부드럽고 편안한 멜로 재즈팝. 조커의 '그 명장명' 이후에 채널을 돌리는 음악으로 나오기도 했다. 허브 알퍼트가 이 재즈팝 갈래의 한 축이기도 했다. 노래 이름은 Spanish Flea

 

www.youtube.com/watch?v=jsFST-7Hx-Y

3. 램지 루이스 트리오의 The 'in' crowd. 당시에는 엄청난 센세이션이었다고 한다.

 

youtu.be/Edwsf-8F3sI

+. 재즈팝 장르의 현재 선도자. 마이클 부블레의 feeling good. 제이미 컬럼 또한 don't give up on me 등으로 유명하다.

 

https://youtu.be/rjOhZZyn30k

4. 팝 재즈, 재지 팝. 차례대로 들어보면 명백히 다르다. Corrine Bailey Rae 의 Put your records on이다. 재즈의 분위기를 집어넣었다고 분명 말할 수 있으나 다른 재즈팝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팝에서 모사하는 재즈의 특징은 재즈에 주로 사용되는 악기 구성들을 사용했다는 점, 드럼이 4/4박자 비트에서 2번째와 4번째 비트에 강세를 주는 재즈 드럼의 방식을 조금 차용했다는 점, 이 정도밖에 없다. 하지만 단순히 재즈에 사용되는 악기를 사용했다는 점 만으로도 재즈팝 느낌이 물씬 난다. 마이클 부블레와 비교해보면 조금 선이 명확해진다. 이 경우에는, 노래의 반주가 단순히 반주로서만 기능하는가, 아니면 독자적인 멜로디나 추임새나 진행이 있는가를 보면 된다. 

 

앞으로는 4번의 재지한 팝,'재즈를 차용한 팝'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팝 음악의 이 '팝'이 '인기 있고 매력있는'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팝송. 팝아트. 예술보다 대중성에 가까운 장르에 팝을 붙인다. 대중음악인 popular music과 같은 뜻은 아니지만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우리나라에서는 팝송이다, 하면 외국어를 사용한 음악을 통틀어 지칭하기도 한다. 뿌리를 생각하자면, 미국에서 유행한 대중가요가 적당하겠다.

그치만 이 팝 음악이 어디서 나왔냐, 당시에는 락 음악에서 나왔다. 로큰롤. 그리고 그 이후에 온갖 장르의 노래들로 확장이 됐다. 모든 장르에서 대중성이 있고 매력이 있다면 팝 음악이다는 거니까, 더 이상 팝 음악의 특징을 장르로 구분지을 수 없다. 대중성을 주는 공통점을 찾자면, 그건 '멜로디가 반복적이고 외우기 쉽다'는 데에 있다. 재즈팝이 재즈팝의 이름을 가진 것도, 스윙감과 멜로디를 중시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재즈에서 대중성을 안고 간 것이 재즈팝이라면, 로큰롤에서 시작된 팝 음악들 중에 재지한 특징을 가진 것들도 있었을 것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재즈가 아니지만, 재즈에서 특징을 차용해 온 팝 음악들. 그런 친구들을 구별하기 위해 '재즈를 차용한 팝', '팝재즈'라는 단어를 썼다. 재즈팝을 팝시한 재즈, 팝재즈를 재지한 팝이라고 편의상 부르자는 것이다.

 

재즈팝과 재지한 팝, 둘을 구분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

사실 음악에 굳이굳이 갈래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는 일이다. 음악을 - 혹은 그 하나의 갈래인 재즈를 - 이해하고 감상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칼로 자르듯이 '이거는 재즈', '이거는 팝' 하고 구분짓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구분짓는 일을 굳이 한다는 것은, 그 둘을 구분짓기 위해 둘을 비교하는 과정이 중요할 뿐이다. 이 음악이 재즈의 특징을 더 가지고 있는지, 팝의 특징을 더 가지고 있는지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재즈만이 가지는 특징을 설명하기 좋고, 재즈팝이 입맛에 맞는 사람이라면 방향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노래를 찾았는데, 이 노래에 대한 구분을 명확히 주지 않는 재즈팝 장르에서는 더욱 그렇다. 

 

재즈팝이냐 팝재즈냐는 구분짓기는 이런 이야기와도 같다.

어떤 한식당이 있다. 한식당에서는 퓨전 한식을 보여주기 위해서 비빔밥과 햄버거를 함께 대접하기로 한다. 그렇게 햄버거비빔밥이 탄생했다. 동시에 뉴저지에 20년된 햄버거집이 있었는데, 한식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사이드에 비빔밥을 곁들여 햄버거비빔밥을 만들어냈다고 하자. 그럼 둘을 눈 감고 받았다고 할 때 무엇이 한식이고 무엇이 양식이라고 어떻게 구분지을까.

 

그러자면 여러가지를 이야기해야 한다. 햄버거와 비빔밥 중에 무엇이 메인일지, 햄버거와 비빔밥에 대한 이해도와 완성도는 또 어떨지. 무엇이 한식에 가깝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한식에 관한 이야기, 전통적인 양식에 관한 이야기를 포함해 많은 이야기들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많은 이유들 중에서도 이런 이유를 뽑기는 어렵다. '비빔밥의 양이 햄버거의 양보다 많으니 이건 한식당에서 만들었구나', '햄버거의 양이 더 많으니 이건 뉴저지 햄버거집 출신이겠다'. 그건 너무 1차원적인 구분이라는 것이다. 재즈와 팝이 섞여있기는 한데, 재즈의 특징이 더 많으니 이건 재즈라고 보는 것도, 재즈의 특징이 거의 없으니 이건 팝이라고 보는 것도 사실 애매한 판단이라는 말이다. 둘을 구분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음식을 내온 주방장이 만드는 다른 메뉴를 살펴보면 된다. 구분하려는 바로 그 노래가 아니라, 노래를 만든 아티스트를 알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재즈와 팝 중 어디에 주 발을 담그고 있냐는 문제는 노래가 아니라 아티스트를 보는 것이 맞다. 노래의 분위기가 재즈나 팝에 더 가깝다고 이햐기할 수는 있지만, 우리가 재즈와 팝을 구분짓고 비교하는 과정에서 이게 실제로 어떤 분류에 속할지를 결론을 낸다면 아티스트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앞으로 살펴보게 될 텐데, 락의 비트를 넣고 재즈를 연주하는 경우도 있고, 베이스나 드럼 없이 디지털 비트와 음을 이용한 재즈도 있다. 재즈 전통적인 특징이 많이 사라졌지만 발전된 재즈의 한 모습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재즈가 재즈일 수 있도록 해준 재즈의 특징들을 이야기하려면 지금까지 쓴 만큼을 더 써야 한다. 간단하게 정리하고, 다른 포스팅에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음악을 요소별로 구분하면 박자와 음계가 나온다. 음으로 설명이 되는 음계와, 음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박자로 나뉜다는 것이다. 클래식과 팝을 구분지으라 하면 주로 악기의 종류가 다르고, 곡의 형식과 진행이 다르다는 등의 쉬운 차이들이 생긴다. 하지만 재즈팝, 팝재즈와 재즈를 다른 음악들에서 구분지으라고 하면 단순히 곡의 형식과 길이와 악기로는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박자와 음계가 어떤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리고 이 특징은, 전에도 이야기했던 '재즈가 무엇이냐'는 유의미한 질문으로도 이어지며, 그 특징들을 알게 된다면 처음 듣는 재즈들에 관해서도 '이런 특징과 개성이 있는 아티스트들이다'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단순히 들었던 경험과의 비교가 아니라, 처음 대하는 재즈에 관해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재즈가 가지는 보편적인 특징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