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듣기] 이날치 - 범 내려온다 / Brad Mehldau - The Prophet is a fool / Harbie Hancock - Watermelon Man
브레드 멜다우 노래는 두 번째 추천이다. 어쩔 수가 없다. 둘이 너무 잘 어울린다.
이 유사성을 깰만한 노래가 없었는데, 단순히 퓨전이라는 점으로 페어링할 또다른 노래 한 곡을 남겨두겠다.
www.youtube.com/watch?v=SmTRaSg2fTQ
국악과 찐한 베이스의 만남이다. 펑키 국악이라고 칭해도 되겠다. 국악 크로스오버, 모던 록으로도 불리는 이날치. 오늘은 이날치 데뷔 500일째 되는 날이다.
노래를 들어보면, 정말 말도안되는 펑키 베이스로 시작을 한다. 타임키퍼 느낌의 드럼도 꽤 정적으로 시작한다. 짧은 멜로디가 계속 반복된다. 재즈힙합에서 자주 보이는 구성이기도 하다. 반복되는 비트에, 키보드로 치는 베이스. 근데 여기는 훨씬 더 만듦새가 좋고 락에 가깝다. 먼저 베이스가 아주 탄탄하다. 재즈힙합의 비트와 전혀 다른 느낌이 드는 이유는 절제하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들어보면, 드럼과 베이스의 전주 부분이 나오기 전까지는 최소한의 변주로 포인트만 주면서 연주를 한다. 보컬을 살린다. 보컬이 무엇이냐,
보컬이 들어오면 이 이질감에 놀란다. 모던 락 위의 국악이다. 이질감은 확실히 들지만, 먼저 새롭고, 사실 정말로 듣다가 보면 너무나 잘 어울린다. 음이라던지, 박자라던지, 베이스와 그냥 찰떡이다. 이날치의 다른 음악들을 들어보면 판소리의 굿 부분을 랩처럼 쓰는 경우도 있고, 크로스오버라고 해도 얹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보통인데 이 노래들은 듣다 보면 정말 락과 국악이 잘 엮여있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그리고 전통을 어떻게 보존하는가에 대한 질문도 가볍게 받게 된다.
전통은 계속 현대의 입맛에 맞게 변형해야만 한다. 재즈도 전통적인 노래다. 뉴올리언스 재즈, 블루스는 민요에 가까웠다. 입맛과 연주자의 스타일에 맞게 계속 변화해서 현재의 재즈까지 왔지만, 그렇다고 재즈의 전통적인 면모가 무너진 것은 전혀 아니다. 또 옛날 재즈를 듣지 않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재즈가 그 자리에서 한 걸음도 변하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아직도 재즈를 듣지는 않았을 것이다. 바람직한 방향의 국악 스타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락 음악에 올라와있는 국악, 분명 이질감이 들고 둘은 전혀 섞이지 않지만, 가만 듣다 보면 섞였다기보다는 잘 엮여있다는 느낌을 준다. 잘 땋아져 있는 모양새가 생각이 난다. 이와 페어로 들을만한 노래를 찾고 싶었는데, 사실 전 포스팅에서 다른 노래와 함께 추천한 브레드 멜다우의 'The Prophet is a Fool'을 이길만한 노래가 도무지 없었다. 보통 퓨전 음악들은 두 스타일의 음악을 섞어서, 색으로 말하자면 두 색의 혼합색이 나오기 마련인데, 이 두 음악의 경우는 하나는 국악과 록, 하나는 재즈와 록이 정말 전혀 섞이지 않으면서도 잘 엮인다. 음악도 잘 만들었다. 대신에 재즈에서 퓨전 재즈, 모던 재즈가 등장하기 시작했을 때 가장 유명세를 떨친 하비 행콕의 노래 하나를 추가로 올려두고 가겠다.
[Brad Mehldau - The Prophet is a Fool. 재즈와 록의 크로스오버 느낌이다. 이 앨범도 실험적인 앨범이었다.]
[Harbie Hancock - Watermelon Man. 밤에 들으면 조금 무서울 수 있다. 분위기로만 따지면, 원주민의 느낌과 펑키한 재즈의 크로스오버다. 단일 음을 내는 플룻, 원주민의 소리같은 자연음들, 드럼 대신 박수. 그리고 펑크 재즈가 나와 1분여부터는 섞이지 않는 연주를 하는데, 묘하게 잘 엮여있다는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