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w.youtube.com/watch?v=5LAQxkH1fmk&t=738s
[선우정아의 재즈 박스. VOL 0부터 3까진가, 있었던 것 같은데. 보컬이 들어간 유명한 스탠다드 재즈 음악들을 소개하며 부른다. 재즈 입문용으로 듣기 아주 좋은 스윙 재즈들이 가득하니 하나하나 차근차근 들어보기를 권장한다.]
발가락까지 담근 게 저번 포스팅이었다면, 이번에는 발목까지다. 발목까지 오는 재즈는 뭐냐, 재즈팝이 그 적당한 위치에 있다. 저번에 재즈팝과 재즈힙합에 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또 재즈팝 이야기를 하자는 게 아니다. 사실 여기서 말하는 재즈팝은 요즘 나오는 재즈팝이라기 보다는, 옛날에 팝에 위치에 있었던 재즈다. 유명한 스윙 재즈들. 사실 내가 가장 약한 부분이다. 나는 보컬이 있는 재즈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 그나마 챗 베이커의 보컬 정도까지만 입맛에 맞는다. 위의 영상은 선우정아. 스탠다드 재즈*, 그리고 스윙 재즈*(일부는 쿨 재즈나 보사노바 등)를 부른다. 이 둘은 사실 A 아니면 B처럼 딱 구별할 수 있는 그런 구분이 아니다. 전혀 다른 분류다. 스탠다드 재즈 중에 스윙 재즈도 있고, 모든 스윙 재즈가 스탠다드 재즈인 것도 아니다. '여자' '한국인' 같은 느낌. 각각 따로 살짝 설명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처음 보컬과 피아노 반주가가 만났다고 해보자. 둘은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그럼 보컬이나 반주가가 물어본다. '혹시 박효신의 숨 아세요?' '네 물론 알아요' '그럼 그걸로 한번 합 좀 맞춰 볼까요?' 그리고 피아노는 반주를 하면서, 보컬은 노래를 부르면서 서로가 이런 타입이구나, 실력있는 분이구나 눈치챈다. 물론 이 경우에 피아노는 솔로를 막 밀어붙이는 그런 개성있는 연주를 하지는 않지마는. 아무튼 스탠다드 재즈가 이 '박효신의 숨'같은 노래라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박효신의 숨은 그냥 유명한 노래고, 유명한 노래를 '유명한 노래 모음'이라고 따로 구분하는 것도 아닌데, 왜 재즈에는 이런 '스탠다드 재즈'라는 게 따로 있는 걸까.
1940년대 등장한 비밥 재즈는 재즈의 분수령이다. 재즈의 혁명이라고도 평가한다. 미술로 이해하자면 모더니즘의 시작이 되었던 인상주의가 비밥 재즈와 비슷하다 생각하면 된다. 그냥 둘다 각각을 더욱 예술성이 짙게 만들어준 분수령이니까. 아무튼 비밥 재즈가 재즈 역사에서 그렇게 중요한 이유가 뭐냐, 비밥 재즈의 등장 배경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게 다 스탠다드 재즈를 설명할 때 필요한 얘기다. 비밥 재즈가 등장하게 된 이유는 그 이전의 주류 재즈 갈래들은 즉흥 연주가 아니었고 예술로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 크다. 비밥 재즈 이전의 재즈라고 하면 스윙 재즈와 딕시랜드(대중가요 느낌), 그리고 뉴올리언스 재즈와 블루스(민요)가 있었는데, 이들의 합집합인 재즈는 당연히 당시의 고고한 음악 장르인 오페라나 클래식과는 다르게 예술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찰리 파커와 같은 실력있는 젊은 재즈 아티스트들은 이에 반발해, 재즈의 원래 성격은 즉흥성이었다는 것을 강조하며 비밥 재즈를 탄생시킨다. 즉 비밥 재즈는 기본적으로 즉흥 연주이면서, 실력과 기교와 감각을 두루두루 갖춰야 입성할 수 있는 재즈의 예술 분야였던 것이다.
그 이후의 - 60년대에 등장한 보사노바를 제외한 - 모든 재즈는 비밥 재즈의 영향을 받는다. 하드밥, 쿨 재즈, 컨템포러리 재즈, 아무튼 지금 유명하고 가장 인기있는 재즈들은 대개 이 1940년대의 비밥 재즈 이후에 등장했고 결국 비밥 재즈에 뿌리를 둔다고 보아도 된다. 인상주의가 작가의 개성있는 표현과 색가를 강조했고, 이런 아방가르드 마인드에서 시작된 모더니즘 = 모던 아트의 한 모습으로 개념미술이나 추상미술같은 갈래들이 등장한 것처럼, 결국 비밥 재즈가 빌 에반스와 챗 베이커가 살았던 쿨 재즈를 비롯한 대부분의 모던-재즈를 만들어낸 어머니 음악의 위치에 있는 셈이다. 비밥 재즈 이후로 재즈가 폭발하듯 성장하면서, 비밥 재즈는 클래식을 받아들였고, 아티스트가 더욱 빛을 발하기 시작했으며, 비밥 재즈 직전의 스윙 재즈에 비해 훨씬 어려워졌다.
재즈에 즉흥성이 돌아왔다는 것은 음악에서 악기의 중요도가 더욱 높아졌고 또한 악기를 다루는 실력이 아주 중요해졌음을 뜻했다. 실력있는 신흥 재즈 아티스트들은 아까 전의 피아노 반주가와 보컬처럼 서로 만나서 합을 맞춰보면서 서로의 실력과 스타일을 알아보고, 혹은 그냥 재미로 재즈 바 같은데에 가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합을 맞추며 음악 활동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 때 필요한 것이 '박효신의 숨'처럼 모두가 아는 유명한 노래들이었다. 즉흥성이 필요해지면서 악보의 필요성은 점차 사라졌고, 서로 아는 멜로디만 있다면 그 멜로디를 변주하며 솔로를 하면 되는 것이니 누구든 만나서 '박효신의 숨으로 맞춰볼까요?' 하고 연주를 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티스트들은 합을 맞춰보는 데에 재즈의 초반부에 유명했던 멜로디들, 그리고 원래 모두가 알았던 유명한 민요들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크리스마스 캐롤' 또한 합을 맞추는 데에 사용이 되었을 정도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등장한다. '박효신의 숨'처럼 유명해서 모두가 아는 노래를 '스탠다드 재즈'라고 부른다. 워낙 유명해서 재즈의 역사에서 의미가 있으면서, 합을 맞추는 데에 쓰이기 좋다고 추천되는 재즈라는 얘기다. 스탠다드 재즈는 재즈를 입문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재즈바를 좋아한다면 필수로 알아야 하는 지식이기도 하다. 라이브 공연에서 무조건 등장하기도 하고,라이브가 아닌 LP로 틀어주시는 경우에도 재즈바의 사장님마다 다른 재즈 입맛을 알고 자신의 입맛과 비교해 보는 데에도 아주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추가로, 반주가와 보컬처럼 서로 만나 합을 맞추면서 즉흥적인 솔로를 주고받는 것을 'Jam', 'Gig'라고 한다(합을 맞춰보는 것은 Jamming 재밍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위에서 잠깐 언급된 스윙 재즈는 비밥 재즈 이전에 전성기를 맞았던 재즈 갈래로, 물론 비밥 재즈 이후에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재즈의 한 분야다. 팝 중에서도 일렉트로닉 팝, 펑키 팝, 슈게이징 등등 여러 갈래가 있는 것처럼, 스윙 재즈도 재즈의 한 갈래이다. 다만 재즈의 사조는 미술 사조와 굉장히 닮아 있어서, 하나의 음악 형태(비밥 재즈, 스윙 재즈, 쿨 재즈 등)가 다른 형태에서 나오기도 하고, 특히 각 갈래/사조들마다 최고조에 달했던 전성기가 존재한다. 르네상스, 로마네스크, 인상주의, 추상주의 등등 미술 사조들도 전성기가 있고, 아직 명맥을 있는 사조들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아무튼 계속 반복 강조하는 이 재즈와 미술은 역사의 면에서 닮았다고 이해하면 된다. 스윙 재즈는 예술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재즈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대중음악으로서의 사조며 갈래였다.
스윙 재즈는 흔들다(Swing)는 뜻처럼 신나고, 리듬감있는 재즈다. 이 예시들이 스윙 재즈란 말은 전혀 아니지만, 김연아의 하우젠 광곤가에서 부른 '씽씽 불어라'나 슈퍼스타K에서 누군가 불렀던 '스윙 스윙 스윙 마 레이디'같은 걸 생각하면 된다. 대중가요의 위치에 있었던 만큼 주로 보컬이 들어가며, '루이 암스트롱', '프랭크 시나트라', '엘라 피츠제럴드', '냇 킹 콜' 등 엄청나게 많은 전설적인 보컬들과 함께 많은 전설적인 연주가들을 탄생시켰다. 어쩌면 재즈는 스윙 재즈를 전성기로 점점 발달해가는 동시에 인기나 대중성의 면에서는 점점 쇠퇴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선우정아가 JAZZ BOX 에서 부르는 장르가 주로 스윙 재즈다. 재즈 밴드가 재즈바에서 처음 연주를 시작할 때, '우리는 이런 느낌이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자신들의 자작곡이 아닌 스탠다드 재즈를 먼저 연주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노래의 원곡과 유명한 아티스트들의 연주 스타일을 접해봤을 테니, 비교해보면서 뭐가 달라졌는지, 우리의 특징이 뭔지 알아보라는 뜻이다. 또한 스탠다드 재즈라면 유명하다는 말이 되니까, 재즈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알아볼 수 있거나 - 특히 많은 이들의 입맛에 맞을 것이 보장된다. 선우정아의 JAZZ BOX 는 선우정아를 통해 재즈 박스를 들어보는 사람들이 처음 재즈를 입문하기 쉽도록 신나고 유명하고 어렵지 않은 스탠다드 스윙 재즈를 위주로 고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또한 선우정아 특유의 분위기를 너무나 잘 담아내는 것 같아 만족스럽고 행복하다.
발목부터 무릎까지 재즈에 담그기, 이번에는 다른 노래들은 추천하지 않고 선우정아의 JAZZ BOX만 추천하고 간다.
www.youtube.com/watch?v=vRzwREOQn3s
[재즈박스 2. 1도, 3도 검색하면 나온다. 그리고 유튜브로 확인해보면, 타임라인에 노래 이름이 나온다. 노래 이름을 검색하면 그 노래의 여러가지 버전들이 나온다. 대부분 스탠다드 재즈들이니 알면 편하다. 다른 스탠다드 재즈들은, 구글에 standard jazz 라고 검색하면 엄청나게 많은 스탠다드 재즈들이 나온다. 스탠다드 재즈 목록은 유명해지는 노래가 나오면 추가되기도 하고, 더이상 유명하지 않다 하면 가끔 - 삭제되기도 한다. 정확히는 순위에서 밀린다고 해야 하나.]
유명한 재즈 스탠다드. Autumn Leaves로 길거리 Jamming을 하는 유명한 영상도 함께 살짝 남기고 간다. 출처 유튜브. 링크로 들어가보아도 된다.
[콘트라베이스 최준혁 님의 이탈리아 길거리 공연. 유튜브에서 참 유명하다. 콘트라베이스 연주도 너무 좋은데, 정말 기타와 저 바이올린의 센스도 너무나 뛰어나다. 영상을 자세히 보면 처음에 'Autumn Leaves', 'G minor' 하고 이야기하는 게 들리는데, '박효신의 숨이요', 'G 단조로 합시다' 하고 노래와 첫 음을 맞추는 과정이다. 솔로를 주고받을 때 눈짓을 교환하는데, 상대방에게 솔로를 넘길 때 몸짓, 눈짓, 그리고 솔로 연주를 조금 참는 것으로 표현을 하는 모습들이 정말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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